다시 시작

2022. 1. 3. 12:23i think

딱 20년 전, 처음 rainnypub.com 도메인을 사서 개인 블로그를 시작했고 한 5년 정도 - 구글 광고로 월 몇 만원 수준의 수익도 얻으면서 - 잘 운영하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폐쇄해 버렸었다.

 

시작할 당시에는 힙?하다고 볼 수 있던 블로그라는 것이 어느샌가 대유행 되어 모두가 하는 것이 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더 이상 쓰고 싶은 것이 없어서, 쓰고 싶지 않아서 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스스로의 가치관과 삶을 노출하는 것, 정확히는 공개된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 등으로 남기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는지 점점 그렇게 변한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금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

 

본인의 호불호를 거리낌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박제하여 남기는 사람들을 보면 그 용기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도덕적인 관점이나 룰(사회적 규칙, 법 등)을 들이댔을 때 옳고 그름이 명확한 이슈들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나마 좀 편하다고 할까.

 

누군가, 어딘가, 무엇인가를 싫다고 하려하면 그, 그 곳, 그 것을 좋아할 사람들 생각에 불편하다.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싫다고 할 때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도 서운하게 마련이고 가끔은 내 진심을 무시당한 마냥 상처가 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아끼고 신경쓰는 사람에게 더욱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지금 싫어하는 것에 나와는 다른 감정인 사람이 있을지 헤아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혼자 싫어하면 되지 굳이 그게 싫다고 여기저기 소문낼 필요가 있나 싶어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때는 나와 다른 생각에 불편하기 보다는 좋아한다고 표현함으로써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을 걱정한다. '리사'를 좋아한다고 하면 '블랙핑크'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나아가 '걸그룹', '아이돌' ,'K-POP'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냥 티비에서 어쩌다 보게 된 리사의 '춤선'이 맘에 들었을 뿐이어도 말이다. 그렇다고 또 구구절절 내가 좋아하는 것은 정확히 이것이다. 라고 설명하는 것은 어렵고 귀찮은 일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더 이상 좋다고 했던 무엇인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심지어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성격.

추구하는 나와 실제 내 모습과의 차이를 숨기고 싶은 마음.

소심함과 비겁함.

 

그렇다고 해도 결국 공감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위로가 필요하다. 코로나 전에는 글로 남기기 보다는 만나서 얘기하는 것으로 그런 욕구를 해소했었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

 

다시 블로그를 시작한다.

 

 

* 생각 정리하기

* 일상 기록하기 

* 떳떳하게 살기